제     목 :
  전두환 대통령 각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     름 :
  가락국 73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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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화국시절에 대학과 군대생활을 지낸 사람들이라면 공감이 될만한 얘기를 꺼내본다.

그 시절엔 다들 그랬다곤 하지만, 전역 후에 연로하신 부모님을 봉양해야 했던 난 육군 현역 100 소총수 이등병 때부터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등병이 군기가 빠져 군에서 공부한다는 이유로 고참들에게 참 많이도 맞고 긴 시간 동안 갈굼도 많이 당했었다.
실탄 장전하고도 실탄30발과 수류탄을 휴대하고 야간경계근무를 설 때면 사살하고 싶은 충동이 저절로 생기는 고참이 몇 있었다.물론, 이성적으로 힘겨운 군생활을 잘 이겨내준 그 시절 나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 마흔 일곱인데도 가끔씩 고참들을 사살하는 꿈을 꾸는걸 보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군대 병영생활의 비애가 과거의 내 군생활과 오버랩되면서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대학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때 병원 수술 때문에 시험을 치르지 못해 교련과목을 F학점받았다.
그 시절엔 현역 30개월의 복무기간 중 대학교 1학년 2학기까지 교련과목의 학점을 이수하고 군에 가면 45일간의 군복무단축혜택이 있었고, 대학교 2학년 2학기까지 교련과목의 학점을 이수하고 군에 가면 3개월 간의 군복무단축혜택이 있었다.

현역 군복무기간 중 3개월의 군복무단축이란 얼마나 긴 세월인가? 군에선 최소한 45일도 길고 긴 세월이 아닌가?

나는 대학교 2학년 2학기의 교련과목만 병원수술 때문에 F학점을 받았기 때문에 3개월의 군복무 단축 혜택은 못 받더라도, 1학년 2학기까지의 교련학점 이수자에게 주어지는 45일간의 군복무 단축혜택은 당연히 받을 줄 알았다. 그게 사회통념상의 합리적인 사고가 아닌가?

그러나 전두환 대통령 각하는 대학교 2학년 2학기 교련학점만을 취득하지 못한 나에게도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운동권 출신자와 동일하게 취급하시어 1학년 2학기 교련학점 취득자에게 주어지는 45일간의 군복무 단축혜택마저도 박탈하였다.

전방에서 현역 30개월 중 3개월 먼저 전역해 시험공부를 한다면, 최소한 45일 먼저 전역해 시험공부를 한다면, 소위말하는 SKY대학교의 쟁쟁한 대학생들과 경쟁해 볼만하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하게도, 전역하기 5개월 전에 부친이 갑자기 떠나셨다. 전역 후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등병때부터 고참에게 맞아 가면서 공부했던 나로선 그런 꿈조차도 사라지게 할 만큼 큰 상실감을 주었다.
그 후 5개월 뒤 전역할 날만 기다리며 그 동안 해왔던 시험과목 책들을 군용 더블백에 처박아 두고, 하루 하루 국방부 시계바늘만 쳐다보며 자포자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막내 누님이 등기우편으로 보내준 제3회 공인노무사 자격시험 수험표를 손에 쥐었을 때, 군발이 정신이 갑자기 발동했다. 5개월 동안 내무반 구석에 쳐 박아 두었던 손 때 뭍은 책들을 꺼내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했었다.
그날부터 내가 만일 3개월 먼저 전역했더라면, 45일 먼저 전역을 했었더라면,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렸다.

그 대신에 전역 후 곧장 가장으로서 노모님을 부양해야 할 처지에 놓인 나에게 전두환 대통령 각하는 한 번의 기회를 주셨구나! 내게 3개월, 45일의 군복무 단축 대신에 군에 더 머물게 하시며 끼니 해결 해 주시고, 운동시켜 주시며, 노모님 부양할 걱정 없이, 돈 걱정 없이 (당시 병장월급 45,000원) 그 시기를 보낼 수 있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나는 그 시기를 말년 병장의 군발이 정신으로 잠자는 시간 줄여가며 공인노무사 시험 공부에 집중하며 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전역 4일 전에 말년 휴가까지 다 사용해 시험장에 도저히 못갈 상황에도 포상휴가를 받아 시험장에 가게 해줘 공인노무사의 꿈을 열어 주었다. 참말로 성은이 망극한 일이 아닌가........ 이런 얘기를 하며, 돌아볼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한다.




2014-10-06 12: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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